명심하라

명심하라
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
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

보고 있니?

보고 있니?

..어느 미래 (20년 후)..

2030. 11. 26.


난 유명인사가 되었다.

최초의 여성 부장 검사. 서울 유수의 대학 출신이 아닌 이름도 생소한 지방국립대 출신(3.02로 겨우 졸업한 학교이건만 플랜카드까지 걸리고 에고), 연예인 뺨치는 단아한 외모와 패션센스까지 내가 유명해지는데 한 몫 했다. 또 한 가지 더, 나의 잘난 아들은 지금 옥스퍼드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. 교육열에 대단한 한국 어머니들의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. 내 아들은 그냥 지가 잘나게 태어난 건데 참. 거기에 대해선 난 별로 해줄 말이 없건만 자꾸 물어보는 통에 난 그냥 나의 일상을 얘기하곤 한다. 그러면 어머니들은 무언가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마냥 하나라도 놓칠세라 받아적는..

다시 나의 얘기로. 난 강력 사건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직감으로 척척 해결해 나가는 여느 남자 검사들 보다 더 겁이 없는 그런 능력 있는 여자가 되었다. 순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불의를 보면 바로 열받아 버리는 다혈질 성격이 나를 부장검사가 되게 해주었다.

그리하여 난 tv강연을 자주 나간다.

남들은 힘들지 않냐며 검사 일만으로도 바쁠텐데 괜찮냐며 조금 쉬어가며 하라지만 강연, 아침 토크쇼,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 등 tv 출연만큼은 빼놓지 않고 섭외가 오면 다 나간다.

이유는 간단하다.

난 tv에 계속 나와야 하니까

20년 전 아주 아픈 첫사랑을 했다. 그는 동갑내기로 대학시절 떠난 어학연수 중에 만났다. 키 크고 서글서글한 인상에 품채도 좋고 능력도 있는, 또 사회생활도 아주 잘 하는... 그 당시 그 나이에 나름 능력있는 인재였다. 무엇보다 나를 그렇게까지 아끼고 사랑해준 헌신적이었던 첫 남자. 내 첫사랑 내 첫키스의 상대. 내가 행복해 하면 비로소 자신 또한 행복해 했던...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했던 우리. 
시간이 흘러 2년 6개월째 교재 중이였을때 그는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고 난 취업준비생에 불과했다. 그 시기, 내가 가장 힘들 시기 그는 잔인한 헤어짐을 선택했다.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조건이라는 현실 앞에서 우린 그대로 무너졌고 아픈 이별을 겪어야 했다. 현실앞에서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 그는 잔인했으며 나 또한 잔인했다.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 우리의 이별,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던 잔인한 이별.
너무나도 순수하고 어렸던 난 그때의 고통을 가슴에 고스란히 담았고 그대로 상처가 되었다.
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는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

난 지금 그에게 나름의 복수를 하고 있는 중이다.

잘 보라고 니가 그렇게 잔인하게 버렸던 난 아주 떵떵 거리며 잘 살고 있다고

지금의 넌 그때의 너를 후회해야 한다고

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중이다.

이십대 너무나도 싱그러웠던 그리고 인생이 뭔지 몰랐던 그때의 나의 아픈 사랑은 나를 이 자리까지 있게 해 주었지만 난 안다.
아직도 난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거라고

내가 아는 그는 맺고 끊고가 분명한 사람이기에 나와의 이별을 후회하진 않을꺼란거 잘 안다. 헤어지고 나서도 그는 단 한순간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. 다만 나에게 너무나 모질게 했던 건 후회했겠지만... 이별 자체는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. 나 또한 그러했으니까. 단 한순간도 우리의 이별을 후회한 적은 없으니까. 그와는 단지 인연이 아니였을뿐

아마 23년 전 겨울, 우리가 처음 만났던 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. 또 20년 전 여름, 우리가 헤어졌던 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. 난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. 그와 난 인연이 아니였음을. 그가 결혼 이야기를 수없이 할 때도 입으로는 맞장구를 속으로는 딴생각을 했던 나였다. 나는 그와의 결혼 생활을 상상해려 애썼지만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었다. 그렇게 난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. 헤어지긴 하겠지. 결국은 헤어지겠지....싶었지만 이렇게는 아니였다.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우리가 했던 사랑을 짓밟아가며 나에게 이렇게까지 모질게 해가며 헤어지는 걸 바란 건 아니였다. 이렇게 까지 진흙탕 같은 이별은 아니였단 말이다.  


그래서 난 지금 온몸으로 발악하고 있다. 그는 결코 후회하지 않았을 꺼고, 후회하지 않고 있고, 후회하지 않을 꺼란거, 내가 이렇게 잘된 거 지켜보고 있으며 흐뭇해 할꺼란 거 다 알지만 여전히 나의 행복을 축복해 주리란거 알지만 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단 1초라도 그때 잡을 껄 하는 후회를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난 계속 tv에 나오고 있다.

그 자신이 아니라면 그의 주변인들에게서라도 잡았어야지 하는 말을 들었음 하는 바람이다. 그의 부모님이 그의 누나가 그의 친구들이 그의 직장동료들이 나를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.

난 앞으로도 계속 tv에 나갈 것이다.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,,하는 노래.. 내가 tv에 나오리란 걸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. 계속 tv에 나오며 난 발악할 것이다. 계속해서 온몸으로 말할 것이다. ......보고 있니


너에게

묻고 싶은 게 참 많아
나랑 헤어지고 어떻게 지냈는지 내 생각 하긴 했는지 내 사랑이 그립진 않았는지
힘들진 않았는지......
니 입에서 힘들지 않았다는 말이 나와도 견딜 수 있겠다 싶을때
찾아갈게. 궁금한 게 많아


우리 엄마

엄마가 이기적이라고 지금은 생각지 않는다.
한 인간으로서 한 여성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였음을.
다만 그것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덜 현명 했을 뿐이다.
엄마가 안됐다는 말을 하는 언니, 그걸 듣는 나는
마음이 짠하고 가슴이 아려오고 눈물이 난다.
엄마의 깊은 마음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.
엄마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보다. 지금의 나는 자신이 없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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